“현재 직원의 1%만으로 일하지 못할 이유가 뭡니까?”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라는 말을 아는가?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속어로, 기업이 고연차·고임금 중간관리자를 해고하기 위해 도입하는 플랫폼 혹은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 기획, 개발, 생산부터 물류, 회계, 성과관리 등 현대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업무가 인공지능과 시스템에 의해 ‘대체 가능’해지자, 일부에서는 “현재 직원의 1%만으로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아예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운영회사’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지금까지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이 내 직업, 내 미래와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면, 이 책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키오스크나 청소로봇이 아르바이트생을 밀어냈다는 수준이 아닌, 훨씬 더 오싹한 얘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은 ‘인간 vs. 기계’ 일자리 전쟁을 더욱 빠르게 본격화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자사가)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을 2개월 만에 경험했다”고 말했고, 맥킨지는 코로나19를 “거대한 가속”이라 표현했다. 이 ‘거대한 가속기’ 속에서 우리가 정신을 놓고 있던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기술의 최전선에서 총알받이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미래가 보장된 ‘퓨처프루프’형 인재의 9가지 조건이 책의 저자 케빈 루스는 〈뉴욕 타임스〉 기술 칼럼니스트이자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인’(미디어 분야)에 오른 유명 저널리스트다. 그는 〈뉴욕 타임스〉 팟캐스트 ‘레빗 홀’을 진행하며, 전작 《영 머니》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이처럼 자타공인 잘나가는 저널리스트인 그가 자신의 오싹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책을 시작한다. 2010년대 초반, 기자로서의 커리어와 정체성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당시 그는 월스트리트의 기업 어닝리포트를 분석하는 기사를 썼는데, 인공지능이 쓴 기사가 자신이 쓴 것과 비교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최근 경험담을 고백한다. 자신이 부서의 월별 트래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월말에 ‘어그로’성 기사를 올려 노련하게(?) 수백만 클릭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저 알고리즘이 원하는 재료 한두 개를 채워 (…) 나 자신도 일종의 알고리즘이 되어가고 있었다.”그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 업계, 특히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업계를 십수 년 이상 취재하며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 생생하게 목격했고, 기술의 최전선에서 총알받이가 되지 않는(즉 기계로 대체되지 않는) 방법을 9가지로 정리해 이 책을 썼다. 책의 제목인 ‘퓨처프루프(futureproof)’는 ‘미래가 보장된’, ‘미래에도 경쟁력이 있는’ 등의 뜻을 가졌다. 그는 무엇보다 한 직업인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바꿔야 할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알아보기로 했다.‘고학력, 정규직, 지식 노동’일수록 위험,연민, 창의력도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지금 바로 몇 가지만 확인해보자. 당신은 고학력, 정규직, 지식 노동자인가?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에 존재하거나, 특정 시스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를 하는가? 원격근무하는 동료가 당신을(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 로봇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가? 이 중 하나라도 ‘예’라면 당신의 자리는 곧 사라질 위험이 크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대비하고, 기계로 대체될 일자리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가? 이 책은 9가지 법칙을 통해 그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사소한 생활습관 바꾸기부터 이웃과 함께 구축할 사회 안전망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저자는 먼저 “내 자리가 ‘곧 사라질’ 자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어떤 종류의 업무로 어떻게 이동할지 작전을 세우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응력, 사회성, 희소성을 갖추고,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결정적 가치(분별력과 통찰력)를 장착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분별력과 주의력을 회복해 자신의 일에 ‘손자국’을 남기고, 추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퓨처프루프형 인재가 되는 작지만 확실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 세계 10개국에 출간되었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2020년 미국 대선후보였던 앤드루 양,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