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소설가 김진명 "'직지'는 현대판 반도체…사회 어려울수록 역사 되새겨야" 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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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서 한·일 갈등 다루고 '싸드'서 중국 보복 2년 빠르게 예측정치·경제·외교…민감한 현실 꿰뚫어 "무한한 독서·사색에서 큰 작품 나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많은 현대인들이 사회에서 희망을 못 찾고 있다. 사회적인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해소하려면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가 어려운 때일수록 곱씹어봐야 하는 게 역사이고 정체성이다.” 중국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경제 보복이 현실화됐을 때 언론에서는 장편소설 ‘싸드’를 다시 돌아봤다. ‘사드’가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던 시절, 사드가 촉발할 한반도의 위기를 놀랄 만한 현실감각으로 소설 속에 그려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싸드’를 받는다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전쟁을 하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중국은 반드시 복수를 합니다.”(289쪽) 그로부터 2년 뒤 소설 속 대사는 현실이 되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싸드’를 집필한 이는 첫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김진명(61) 작가다. 정치·경제·역사·외교 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주제를 소설로 끌어들여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한 김 작가는 최근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한글, 구텐베르크로 이어지는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장편소설 ‘직지(1·2권)’를 내놨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만난 김 작가는 “당당하고 떳떳한 역사도 많지만 왜곡된 것들도 많아서 그 속에서 진실을 건져내 자신감을 갖자는 생각으로 26년간 글을 써왔다”며 “과거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목적은 현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팩트·픽션 넘나드는 작품 세계 김 작가의 소설은 손꼽히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다. 실존인물의 실명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시의적절한 주제와 역동적인 서사를 흡인력 강한 문체로 그려낸다. 지금도 포털 검색창에 ‘김진명 CIA’를 검색하면 그의 작품 ‘제3의 시나리오’와 ‘신의 죽음’ 등 2편이 CIA 홈페이지에 소개됐다는 내용이 뜬다. 김 작가는 “미국의 타임지 등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며 “소설을 떠나 현실적으로 미래를 꿰뚫어보는 작가적 상상력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에서 1993년에 출간한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빼놓을 수 없다. 박정희 정권 말기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 가상의 내용을 담은 작품은 발표하자마자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바람처럼 나타난 작가의 첫 소설이 700만부 이상 팔렸으니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린 셈이다. 특히 소설 말미에 일본의 침공을 극적으로 막아내 오히려 항복을 받아낸다는 장면은 적잖은 독자들에게 후련함을 선사했다. “한국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지정학적 요소가 북한의 핵, 그리고 일본과의 충돌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다뤘던 이 두 가지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북과 일본 사이에 얽혀 있는 관계를 학술적으로 연구해서 미래를 예측해 쓴 건데 갈등 상황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 작가의 말대로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경제 규제로 보복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국적으로 ‘노노재팬’ 운동이 번지고 연일 서로를 백안시하는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한·일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더라도 우리가 강하게 나가야 한다. 일본은 어려서부터 교과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단행한 이때에 단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독도 문제가 격화됐을 때 일본이 ‘한국은 치면, 쓰러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감정적 대응과 자중지란(自中之亂·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자제하면서 대통령을 지지하고 뭉치는 게 중요하다.” △차기작 ‘대통령 선거’ 다룬 소설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남산도서관에 처박혀 철학, 사회학, 역사책을 미친 듯이 읽었을만큼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졸업 후 사업을 도모했다가 실패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제3의 시나리오’ ‘고구려’ ‘미중전쟁’ 등 다수의 책을 냈고 ‘천년의 금서’는 300만부 이상, ‘1026’도 100만부 이상 팔렸다. 김 작가는 “큰 작품은 글재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소재를 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무한한 독서와 사색의 세계로 자기 자신을 밀어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낸 소설 ‘직지’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직지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김 작가는 “인간의 지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발명품이 과거에는 금속활자였고, 지금 시대에는 반도체”라며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직지와 한글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으로는 내년 출간을 목표로 대통령 선거를 다룬 소설을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 내년은 총선이 열리는 해다. 김 작가는 “결국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선거”라며 “자칫 잘못 쓰면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소설을 써보려고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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